세상에 많은 일들이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게 다르다. 직업도 마찬가지다. 강사를 생각하며 그렸던 이미지가 있었지만 막상 강사 업계에 들어와 보니 그 이미지와 비슷한 것보다는 다른 게 많았다. 특히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 혹은 요소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그런 상황을 겪을 때면 내가 강사와 맞지 않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잠시 이 업계를 떠났던 적도 있지만 많은 길을 거쳐 다시 강사로 돌아온 건 강사의 매력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영어강사를 시작하기 전에 생각해 보면 좋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목차
- 생활패턴이 남들과 다르다
- 영어를 잘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건 다르다
- 강사는 가르치는 일만 하지 않는다
- 목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1. 생활패턴이 남들과 다르다
내가 강사 업계를 떠났던 이유 중 큰 비중을 차지한 게 생활패턴때문이었다. 학생들이 학교를 갔다 오는 학원 업계 특성상, 오후에 출근해서 밤에 끝나는 일정일 수밖에 없다. 처음 강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그저 늦게 일을 시작하고 늦게 끝나는 거지, 일하는 시간은 같으니 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후에 시작해서 밤에 끝나는 건 생각보다 훨씬 체력을 쓰는 일이자 피곤한 일이었다. 또 생활 패턴이 일하는 환경에 맞춰지면서 야행성으로 바뀌었다. 아무리 빨리 자려고 노력해도 남들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집에 돌아오는 만큼 나의 하루 더 늦게 끝날 수밖에 없었다. 밤 11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숙면과 피로회복을 돕는 멜로토닌이 왕성하게 분비되는데, 그 시간에 깨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건강도 안 좋아졌다.
그리고 인간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침에 일을 시작해 저녁에 마치다 보니 사람들과 만나려고 해도 일정 맞추기가 쉽지 않다. 보통 평일에는 약속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 주말에 만나야 하는데 고등 영어 강사나 시험 대비 기간에 주말 출근을 하는 곳도 있어 그조차도 어려울 수 있다. 그로 인해 경조사를 참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2. 영어를 잘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건 다르다
강사를 생각한다면 잘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건 다르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고, 오래도록 고민해봐야 한다. 이 업계에 있는 동안 현직 영어 강사도 만난고, 영어 강사를 꿈꾸는 사람들도 만났다.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느낀 건 영어를 가르치는 건 또 다른 영역이라는 것이다. 보통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잘 가르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강의력보다는 영어 자체 실력에 쌓는 것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영어 강사로서 어느 정도 영어 실력을 갖춰야 한다. 학생들이 질문을 했을 때 대답하지 못하는 강사는 신뢰를 잃고,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지식이 없으면 무엇을 설명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영어 강사로서 중요한 건 내가 가진 지식을 '어떻게' 전달할까 하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는 영어 실력은 좋지만 강사로서 크게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고, 영어에 대한 지식이 없지만 수업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었다. 이 둘 사례만 봐도 영어 강사로서 필요한 능력은 강의력임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문장을 보고 이게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면 잘 가르칠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해야 한다. 결국 내가 아는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그것을 이해시키는 게 강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3. 강사는 가르치는 일만 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강사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 중 하나가 강사는 가르치는 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르치는 일 외에도 강사가 해야 하는 일은 꽤 많다. 첫 번째로 수업에서 무엇을 가르칠지 분석하고 정리하는 일, 그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만드는 일이 있다. 학원 근무 환경에 따라 학원에서 수업 준비할 시간이 충분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만약 학원에서 수업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따로 시간을 써야 한다. 그러므로 내가 수업 준비를 하는 데 어느 정도가 걸리는지, 한글, 엑셀 같은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사용할 수 있는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게 좋다. 특히 소프트웨어를 잘 쓰면 쓸수록 수업 자료를 준비하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본적인 기능 정도는 배워놓는 걸 추천하다.
두 번째로 사람과 대면할 일이 많다. 학원 원장님 및 학원 강사 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와도 소통해야 한다. 간혹 상담 없이 수업만 진행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원에서는 강사가 상담 업무도 맡는다. 상담 업무 횟수도 학원마다 다르지만 보통 한 달에 한 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상담의 방식은 학부모와 전화를 통해 학생이 어떻게 학원 생활을 하고 있고, 현재 학습 상태는 어떤지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건 학원 사정마다 다르다. 정해진 횟수 없이 필요한 경우나 학부모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상담을 진행하는 곳도 있고, 한 달에 두 번 상담을 해야 하는 곳도 있고, 시험 전후로만 상담하는 곳도 있다. 방식도 보통은 전화를 이용하지만 밴드 같은 sns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횟수와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학원 강사로서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그 외에도 학생 관리, 교재 주문, 수업 계획표 짜기, 행사 준비 및 진행 등 다양한 업무가 있다. 실제로 학원 강사를 하고 나면 새로운 일을 맡게 돼도 난감하거나 당황한 적이 별로 없었다. 왜냐하면 이것저것 해본 일이 많아서 새로운 일을 맡아도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할지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강사 생활을 하고 나면 나처럼 누구든 전천후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
4. 목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학원 강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빠지지 않는 대화 주제 중 하나가 목 상태다. 강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말을 해야 하다 보니 '목 건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달력을 위해 큰 소리를 내다보면 목에 쉽게 무리가 간다. 실제로 많은 강사들이 목이 붓거나 목소리가 쉬는 등 목 때문에 고생한다. 특히 수업이 많거나 시험기간에는 목 상태가 더 좋지 않다. 왜나하면 목을 많이 쓸수록 목이 빨리 건조해지는데, 그 상태로 말을 계속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수업을 해야 하다 보니 강사를 하는 데 있어 목 건강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런 만큼 원래 목이 약하면 강사 생활을 하는 데 힘들 수 있다. 목이 강하지 않으면 조금만 수업을 많이 해도 목이 붓거나 목소리가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 목상태를 대략적으로는 알아도 정확히 어떤지 알기 어렵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아무리 말을 많이 한다 해도 큰 소리를 내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에 강사 생활을 하고 나서 내 목상태에 대해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목이 강한 줄 알았는데 강사 생활을 하고 그렇지 않은 걸 알게 됐다고 하는 강사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강사를 꿈꾼다면 나한테 효과적인 목관리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는 게 좋다. 실제로 많은 강사들이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안다. 평소에 꾸준히 목관리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목이 안 좋을 때 각자 빨리 회복하는 방법이 있다. 그중 몇 개를 소개하자면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는 것, 가글, 생강 및 배도라지 등 목에 좋은 것 챙겨먹기, 인후염 스프레이 등이 있다.
강사 생활을 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이 영어강사에 대해 오해하고 있거나 잘 모르는 것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걸 바탕으로 오늘은 영어강사를 시작하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봤습니다. 강사 경험을 해봐야 알게 되는 것들을 다룬 만큼 이런 부분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면서 겁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동전에 앞, 뒤가 있듯 모든 일에는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공존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상황에서 해결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니 강사를 꿈꾸고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이걸 참고해 멋지게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